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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중국, 갈 길 먼 사우디…위기의 글로벌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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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중국, 갈 길 먼 사우디…위기의 글로벌 e스포츠

중국 e스포츠 성장, 4년째 정체기
정부 규제에 美 압박 우려 겹악제
사우디, 'e스포츠 올림픽' 개최 연기
게이머, 개발력 등 저변 턱 없이 부족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5-02-04 09:40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4년 8월 열린 '왕자영요' 종목 대회에서 중국의 KPL 드림팀이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e스포츠 월드컵 사무국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4년 8월 열린 '왕자영요' 종목 대회에서 중국의 KPL 드림팀이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e스포츠 월드컵 사무국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기존에 업계를 주도하던 중국이 휘청이는 가운데 신흥 강국을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재 e스포츠 업계의 '큰 손'은 명실상부 중국이다. 2023년 기준 게임 인구는 6억6800만명이며 내수 시장에서만 꾸준히 몇억, 몇십억원대 상금이 걸린 대회가 열린다.

기업 중에선 특히 텐센트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 '브롤스타즈'를 만든 슈퍼셀, '포트나이트'의 에픽게임즈 등 유수의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을 개발한 업체들을 자회사 혹은 관계사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의 위상과 달리 실질적인 성장은 정체기에 놓였다. 중국 시청각·디지털 출판 협회(CADPA)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 e스포츠업계 전반에선 총 275억7000만위안(약 5조6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2023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이나, 역대 최다 매출을 기록했던 2021년에 비하면 1% 적은 수치다.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손꼽힌다. 중국 정부는 2020년도 들어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매주 정해진 시간 1시간으로 규제하는 '강력 셧다운제' 등 높은 강도로 제한하고 있다. e스포츠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인터넷 방송 시장에도 미성년자 이용 금지, 스트리머 실명제, 수익화 제한 등 다방면에 규제를 적용했다.

내수 시장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글로벌 진출 또한 쉽지 않은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언급한 텐센트는 올 초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군수 기업 목록, 이른바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난징에서 2024년 8월 30일 열린 LOL 프로 리그(LPL) 서머 시즌 결승전 현장 전경. 사진=LPL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난징에서 2024년 8월 30일 열린 LOL 프로 리그(LPL) 서머 시즌 결승전 현장 전경. 사진=LPL 공식 유튜브 채널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는 곳은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다. 석유 의존도 완화·경제 다각화를 위한 '비전 2030' 중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일환으로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적극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으로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e스포츠 올림픽' 개최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이러한 e스포츠 분야 '광폭 행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시장과 게임 종목 모두 탄탄하게 갖춘 중국과 달리 사우디는 게임 인구는 물론 게임 개발의 저변 또한 미미한 편이다.

실제로 영국 매체 스포츠 비즈니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당초 2025년 개최를 목표로 했던 제1회 e스포츠 올림픽의 일정을 2026년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대회 신규 개최를 위한 인프라와 비즈니스 모델(BM) 등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7, 8월에 걸쳐 열린 e스포츠 월드컵 2024에선 총 21개 게임이 종목으로 활용됐으나 사우디 개발사의 게임은 없었다. 오히려 '왕자영요', '모바일 레전드' 등 중국 게임이나 앞서 언급한 LOL, 포트나이트 등 텐센트의 자회사·관계사들 게임이 다수 포함됐다.

사우디 국부 펀드(PIF)는 자회사 새비 게이밍 그룹(SGG)을 통해 유럽의 'e스포츠 리그(ESL)', 미국 '스코플리' 등 업체들을 인수했다. 그러나 ESL은 e스포츠 대회를 전문적으로 개최해온 기획 에이전시이고 스코플리는 '모노폴리 고' 등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둘 모두 직접적인 e스포츠 종목 개발과는 거리가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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