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서브컬처 게임사들의 요람으로 꼽히는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가 연말 최대 서브컬처 행사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에 2년 연속 참가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인디 게임사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개발자들의 글로벌 시장 도전까지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스토브 인디는 12월 7일 개막한 AGF 2024에서 '러브 랩(사랑 연구소)'란 주제로 전시에 나섰다. 스토브 인디 플랫폼에 출시를 앞둔 비주얼 노벨 '사니양 연구실'을 필두로 '러브 딜리버리', '서큐하트' 등 총 7종 게임 전시에 나섰다.
전시와 더불어 스마일게이트는 미디어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토브 인디를 이끌고 있는 여승환 이사는 "업계 전반에 걸쳐 트렌드가 될 정도로 서브컬처 게임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서브컬처 분야 창작자들의 더욱 큰 성장을 함께하기 위해 AGF에 2년 연속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의 스토브 인디 부스와 달리 '러브 랩'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윤태진 스토브 콘텐츠프로모션팀장은 "패키지 게임 형태로 출시되는 플랫폼 내 인디 게임들의 특성 상 IP 확장과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메인 타이틀인 사니양 연구실의 '연구실'이라는 주제에 맞춰 브랜드로 각인될 만한 이름을 정했다"고 답변했다.
기업 단위의 주류 서브컬처 게임은 흔히 확률형 아이템 기반 수집, 육성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BM)으로 삼는다. 윤태진 팀장은 "스토브는 기본적으로 패키지 게임 판매 방식이다 보니 더더욱 MD(머천다이징), 오프라인 행사 등을 위한 IP화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창작자들의 게임이 출시된 후 아트북과 월페이퍼, OS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소 서브컬처 게임 개발자들, 특히 '비주얼 노벨'로 대표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자들 사이사이에서 스토브 인디는 최고의 파트너라는 찬사를 듣는다. '들어가기만 하면 좋다', '어떤게 특별히 좋다기 보단 전반적으로 다 좋은 최고의 플랫폼'이라는 극찬도 나온다.
신선호 스토브 창작생태계지원팀장은 "매년 1000명 전후의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진 고민은 첫번째로 자금 문제, 두번째로는 스스로의 게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듯 하다"며 "스토브에선 커머스 프로모션 지원은 물론 '슬기로운 데모 생활' 등 개발자들이 이용자들과 보다 쉽게 만나는 QA(품질 관리)의 장을 다각도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에선 창업·신작 출시를 앞둔 개발사들을 위한 공간 입주 프로그램 '토끼굴'을 운영하고 있다. 여승환 이사는 "특정 기간에 토끼굴에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들이 다수 겹쳤던 시기가 있는데, 당시 개발사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영향인지 몰라도 이후 서브컬처 게임 개발자들이 유독 스토브 인디를 잘 활용해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토브 플랫폼에선 인디 서브컬처 게임 외에도 '사야의 노래', '액션 대마인' 등 도전적인 외산 IP들을 국내 배급한 사례도 있다. 여 이사는 "성인향 외산 IP를 들여와 주목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두 게임은 독특한 스토리와 화풍을 내세워 마니아층을 형성한 IP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단순히 '에로한 게임'을 들여온 것이 아니라 국내 창작자들과 팬들에게 서브컬처의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 싶은 게임들을 선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디 게임 생태계는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생태계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디'라는 가면을 내세워 표절 등을 일삼거나 사회적 물의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승환 이사는 "스토브는 기본적으로 오픈 플랫폼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사전 검열이나 패러디·오마주를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창작과 표현에 자유가 있는 만큼 유저와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책임도 존재한다고 보며, 개발자들에게 이를 주지시키고 자가 점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하며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브의 향후 목표는 국내 서브컬처 인디 게임들의 글로벌 진출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신선호 팀장은 "인디 개발자들은 인적, 물적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개발 난이도가 낮은 텍스트 시뮬레이션, 즉 비주얼 노벨을 다수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하우와 역량을 쌓은 개발자 분들이 글로벌 도전이 용이한 장르로 뻗어나가주시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을 장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승환 이사는 "스토브 전체에서 서브컬처 게임이 입점한 비율이 25~30% 정도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의 국내 시장 공략 또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이들이 안착할 수만 있다면 시장 규모가 10배는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