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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4] '블아'의 아버지가 개발자에게 전하는 '슬기로운 AI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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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4] '블아'의 아버지가 개발자에게 전하는 '슬기로운 AI 생활'

'챗GPT' 출시 2년 흘러…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
고급 추론 역량 부족…개발 현장 전면 도입은 '아직'
반복 업무에 AI 적극 활용…"대체자가 아닌 보조 기능"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11-15 23:10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이 지스타 2024 콘퍼런스에서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이 지스타 2024 콘퍼런스에서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넥슨게임즈

넥슨의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 개발 총괄 PD를 맡았던 김용하 IO본부장이 지스타 콘퍼런스 연사로 나섰다. AI의 발전으로 여러 직업이 대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 개발자로서 바라보는 AI 시대에 대해 논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에서 김용하 본부장은 이틀차인 15일, 지스타 2024 공식 콘퍼런스 '지콘'의 연사로 나섰다. 주제는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이었다.

2차원 게임이란 일본 애니메이션, 이른바 '아니메' 풍의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을 일컫는다. 시장에선 흔히 '서브컬처'라 불린다. 김용하 본부장은 블루 아카이브 이전에도 VR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포커스 온 유', 캐릭터 수집형 게임 '큐라레: 마법 도서관' 등을 개발해온 '2차원 게임 전문가'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 전에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서 AI를 전공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2022년 세계를 강타한 챗GPT의 근간 기술은 사실 2000년 전후로 대학생 때 배웠던 AI의 기술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며 "컴퓨터의 성능이 1만배 가까이 증가하고, 압도적 출력으로 수없이 많은 계산을 수행한 결과 기존과는 비교할 데 없이 똑똑해진 격"이라고 회상했다.

생성형 AI 기반 버튜버 '뉴로사마'. 사진=뉴로사마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생성형 AI 기반 버튜버 '뉴로사마'. 사진=뉴로사마 공식 유튜브 채널

챗GPT의 대두 이래 생성형 AI는 모든 사업군에서 '화두'로 자리잡았다. 2차원 콘텐츠 업계 또한 AI 챗봇을 활용한 텍스트 콘텐츠의 급증, 이미지 생성 AI로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의 급변, 작곡·영상 제작 AI까지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용하 본부장은 AI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AI 버튜버 '뉴로사마'를 들었다. Vedal987이란 닉네임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해 2022년 데뷔한 뉴로사마는 초창기만 해도 '홀로코스트' 등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해 트위치에서 활동 중단 처분을 당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개발자인 Vedal987과 긴 시간 막힘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2차원 콘텐츠에 있어선 상호작용성 강화로 캐릭터, 서사적 매력을 부각하는 데 AI가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는 AI TTS(Text to Speech) 기술을 활용, 게임 속 캐릭터가 이용자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시스템이 탑재됐다. 과거 스마일게이트에선 '포커스 온 유'에 음성 인식 AI 기술을 활용, 이용자가 음성으로 선택지를 골라 게임 속 캐릭터와 소통하는 기능도 존재했다.

게임 '포커스 온 유'에서 음성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한유아 저장소'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게임 '포커스 온 유'에서 음성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한유아 저장소' 유튜브 채널

다만 AI로 인해 게임 개발 현장이 급변하고 있느냐는 화두에는 '시기상조'라는 평을 내놓았다. 김용하 본부장은 "지금의 AI는 간단한 퍼즐 게임인 '소코반'조차 제대로 풀이하지 못한다"며 "단순 추론은 막힘이 없지만 비주얼적 상관관계 스토리 상 설정 등을 고려하고 추론해 작업을 하는 능력은 아직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래픽 작업 중 '리깅'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AI 모델, 음성과 연동해 '립싱크 애니메이션'을 자동 생성하는 AI 모델 등 특화된 모델을 연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척보기에는 굉장한 성능으로 보였지만, 막상 현업에 적용하려면 AI 튜닝이 필요하거나 결과물에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캐릭터적 매력 부각에 있어서도 전면적인 AI 도입이 역효과로 작용할 우려도 내놓았다. 김 본부장은 "블루 아카이브의 학생들을 챗봇으로 구현했다간 '졸업 후엔 무슨 일을 하니?', '부모님과는 어떻게 지내니?' 등의 질문에 대답해 세계관적 몰입감을 깨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라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AI는 이러한 설정 파괴의 위험성 외에도 환각 문제 등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다"고 강조했다.

블루 아카이브 게임 내에서 캐릭터 '아로나'가 이용자의 닉네임을 부르는 모습.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게임 내에서 캐릭터 '아로나'가 이용자의 닉네임을 부르는 모습.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캡처

자체적인 AI 모델 구축이나 상용 서비스화된 AI(AIaaS) 활용 등에 관해서도 천문학적 비용이나 종량제 요금 구조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결국 게임은 지금까지 해왔던, 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게임 개발 전반에 걸쳐 AI를 전면 적용하긴 어려운 것과 별개로 넥슨게임즈는 부분적으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IO본부는 회사 채팅용 메신저에서 근무시간 체크 봇, 번역 전문 봇 등을 활용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단순 반복 업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개발 과정에도 반복 작업을 부분적으로 돕는 AI를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블루 아카이브의 확률 뽑기 연출에는 캐릭터를 보다 자세히 보여주는 '클로즈업' 연출이 적용된다. 튜닝과 연습 활용 등을 거쳐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은 실무자가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클로즈업 연출 시안 후보들을 부분적으로 AI가 제작하도록 맡기는 형태다.

IO본부는 최근 게시한 원화 담당자 구인 공고에서 우대 요건으로 '대AI시대에도 인간이 주도할 수 있는 아트 영역을 함께 개척할 사람'을 명시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개발과 창작 과정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개발 조직이라는 엔진에 편의성을 더한다는 관점에서 AI 발전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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