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를 겪던 엔씨소프트(NC)가 4분기 들어 반등을 시작했다. 올 3월 새로이 출범한 김택진·박병무 공동 대표 체제가 반년 만에 순조로이 안착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PC게임 유통망 '스팀'에선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가 동시 접속 33만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게임 중 주간 동시 접속 5위, MMORPG로 한정하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누적 이용자 수 순위로 봐도 31위, 국산 게임 중에선 '펍지: 배틀그라운드'와 '로스트아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TL은 NC가 개발해 지난해 12월 국내 서비스를 개시한 PC MMORPG다. '리니지'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에 이은 NC의 다섯번째 플래그십 IP로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스팀 버전은 아메리카와 유럽, 오세아니아, 일본 등을 대상으로 아마존 게임즈가 올 10월 1일 정식 출시했다.
국내에선 '리니지' IP를 활용한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전 예약 이벤트를 개시한 가운데 24시간 만에 사전 예약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박병무 NC 신임 대표는 올 3월 공동 대표로 취임한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빠르게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는, 레거시 IP 기반의 새로운 장르 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NC의 기존 흥행작 '리니지W'를 기반으로 하되 MMORPG에 비해 보다 캐주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포함한 게임이 될 전망이다.
NC의 4분기 성과는 회사가 올해를 '위기 극복과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해'라고 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를 개시한 후 6개월이란 짧은 시간 만에 '위기 극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것이다.
김택진 창업주는 올 3월, 박병무 신임 대표와의 공동 대표 체제를 예고하며 게임 개발사로서 NC의 주요 과제로 △새로운 게임적 재미 창출 △글로벌 시장 역량 확보 △혁신적 게임 개발 방법론 구축 세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첫번째 과제와 두번째 과제를 '저니 오브 모나크' 출시와 'TL' 성과로 충족시키는 모양새다.
글로벌 역량 확보, 게임 개발 방법론 구축에 있어 해외 투자로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올 7월, 유럽 신생 게임사 문 로버 게임즈에 시드 라운드 투자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8월에는 베트남현지 업체 VNG와 합작법인 'NCV 게임즈'를 설립, 동남아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퍼블리싱 역량 강화 또한 병행하고 있다. NC는 최근 자체 게임 플랫폼 '퍼플'을 리뉴얼, 외부 게임까지 입점하는 형태로 재구성했다. 그 일환으로 해외 핵심 파트너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의 독점작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을 입점했다.
소니IE의 '호라이즌' IP 기반 MMORPG 개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NC는 올 8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중에 "2026년 출시 목표로 글로벌 IP 기반 신규 MMORPG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일본 최대 게임 전시 행사 '도쿄 게임쇼 2024'에선 한국 게임사 빅게임 스튜디오가 서브컬처 RPG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를 전시, 현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NC는 도쿄 게임쇼 직전 빅게임 스튜디오에 370억원대 전략 투자를 집행, '브레이커스'의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취득했다.
하나증권은 "NC의 빅게임 스튜디오 투자는 주요 매출이 리니지 등 MMORPG에서 대부분 발생했던 상황에서 장르 다각화를 위한 긍정적 변화라 판단한다"며 "퍼플을 통한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과의 연계가 예상되며 통상적인 서브컬처 수집형 비즈니스 모델(BM)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NC에도 유의미한 실적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