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노조 우주정복이 사측의 물밑 '권고사직'과 물적분할 진행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연이은 신작 실패로 인한 경영 악화를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함께했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마주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회사와 노조, 직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이하 엔씨 노조)가 26일 엔씨소프트 본사 사옥 앞에서 일방적 분사 반대와 고용 안정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지부장은 엔씨소프트 경영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준 지부장은 "엔씨는 리니지 게임 하나만 믿고 게임 개발에 보수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런 보수적인 경영진이 이제는 분사하겠다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위기와 불안감을 조성해,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업계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악습에 고통받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이런 상황을 없애기 위해 경영자와 개발자들이 새로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 전가하지 말고 노동자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엔씨 노조는 사 측의 권고사직과 물적분할의 배경에 야심 차게 선보인 신작들의 연이은 실패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와 올해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신작들은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와 30인 대규모 전투 게임 '배틀크러쉬', MMORPG '쓰론 앤 리버티',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앤소)의 IP를 활용한 스위칭 RPG '호연'이 있다. 그러나 노조의 말대로 4개 작품 모두 유저들에게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중 '퍼즈업: 아미토이'는 지난 8월 28일 론칭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대규모 전투 게임 배틀크러쉬는 스팀 통계 기준 동시 접속자 수가 100명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니지 라이크'로 인해 실망한 유저들이 엔씨의 변화를 기대하며 희망을 걸었던 '쓰론 앤 리버티'도 썩 좋은 성적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 1일 론칭을 앞둔 글로벌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과거 엔씨소프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블앤소의 IP 활용한 '호연'은 타겟팅에 실패했다는 평이 들려온다. 대개 기존 IP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게임은 과거 유저층들의 관심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저층까지 포섭해 게임을 운영하는 흐름인데 '호연'의 캐주얼한 그래픽과 연출은 블앤소에 향수를 지닌 2030 유저층을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블앤소는 중소문파 '홍문파'의 막내가 사문의 복수를 마치고 세계를 구한 영웅이자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몰입도 높게 연출했다. 깊이 있는 영웅 서사에 매력을 느꼈던 이들이 '호연'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새로운 유저층을 포섭하기에는 기존의 리니지식 '과금 시스템'이 발목을 붙잡는다는 분석이다.
엔씨 노조는 "퍼즐 게임은 퍼즐 게임 전문가가, FPS는 FPS 전문가가,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 전문가가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와 같이 리니지를 입히거나 리니지 전문가가 최종 검토를 한 결과가 어땠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책임은 결국 경영진에 있고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 호는 가라앉고 있는 도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일방통행을 고집해서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없으며, 노조와의 '소통 창구'를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해 사 측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이 직원에 대한 도리이자 노사 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