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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왜 '버튜버 대전 게임'에 도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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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텐센트는 왜 '버튜버 대전 게임'에 도전했을까

2026년 초 출시 목표로 '버추얼 서클' 공개
수집·육성형 게임…실제 버튜버와 수익 쉐어
충성 팬덤 확보·서브컬처 패권 장악 '일석이조'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8-09 17:42

'버추얼 서클'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버추얼 서클' 예고 영상 갈무리. 사진=텐센트
텐센트가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육성·대전 게임 '버추얼 서클'을 깜짝 공개했다. 새로운 '오타쿠 문화'로 떠오른 버튜버를 게임에 보다 직접적으로 결합해 서브컬처 시장 패권을 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텐센트는 '쉬환(虚环, 영문 명 버추얼 서클)'이란 제목의 게임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약 6분 길이로 각양 각색의 미소녀들이 버튜버로서 경쟁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대전 격투'를 벌이는 모습이 묘사됐다. 이와 더불어 현재 실제 활동하는 버튜버들의 클립 영상이 함께 공개됐다.

영상과 더불어 공식 브랜드 사이트도 오픈했다. 게임 개발 엔진은 유니티로 2024년 소규모 테스트, 2025년 첫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말 혹은 2026년 상반기 안에 게임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버추얼 서클의 장르는 이른바 '서브컬처 게임'이라 불리는 캐릭터 수집형 RPG로 보인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며 전투는 별다른 조작이 없는 '자동 전투' 형태로 치뤄질 것으로 짐작된다.

'버추얼 서클' 예고 영상 말미에 공개된 '특별 감사' 파트너사들의 목록.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버추얼 서클' 예고 영상 말미에 공개된 '특별 감사' 파트너사들의 목록. 사진=텐센트

텐센트 측은 버추얼 서클의 수익 일부를 실제 버튜버들과 쉐어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이 실제 버튜버와 연동, 버튜버의 아바타들이 게임 속 캐릭터로 구현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상 말미에는 중국 현지에서 버튜버들의 플랫폼으로 각광 받는 '빌리빌리', '키즈나 아이' 중국 버전, 일본 유명 버튜버 그룹 '브이스포(VSPO!)' 등이 '특별 감사' 파트너로 명시됐다. 이들 모두가 게임 내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마케팅, 프로모션 과정에선 상당수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

버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자신의 몸짓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대부분의 버튜버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새로운 서브컬처, 오타쿠 문화로 평가된다.

1인 미디어로서 버튜버들이 서브컬처 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임 내에 특정 버튜버를 테마로 한 캐릭터, 의상, 아이템이 등장하는 등 컬래버레이션도 적지 않게 이뤄진다. 국내에서도 '블루 아카이브'나 '에픽세븐', '카운터사이드', '씰 온라인' 등이 버튜버들과 제휴 이벤트를 선보였다.

텐센트의 신작 버추얼 서클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버튜버 자체와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란 점에서 마니아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엔터테이너를 테마로 한 게임이 메가톤급 히트를 거둔 사례, '엔터테이너와 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BM) 또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버추얼 서클은 서브컬처 팬층 사이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게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정식 출시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 '서브컬처 분야 경력자 확보를 위한 미끼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추얼 서클' 공식 브랜드 사이트.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버추얼 서클' 공식 브랜드 사이트. 사진=텐센트

버추얼 서클은 팬층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 텐센트가 2022년 선보인 'LOL(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매니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LOL 프로게이머들을 수집, 육성하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출시 2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중국 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텐센트가 이렇듯 '도전적인 게임'을 내놓은 기저에는 확실한 팬덤을 보유한 버튜버 생태계를 공략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서브컬처 시장의 패권을 쥐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텐센트는 481억위안(약 9조1600억원)의 게임 매출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 중국 1위 게임사다. 유독 서브컬처 분야에선 1인 미디어 플랫폼 빌리빌리, '원신' 개발사 호요버스 등 해당 분야에 특화된 업체들에게 존재감 면에서 밀린다는 평을 받는다.

텐센트는 국내외 서브컬처 게임 전문사에 지속 투자해왔다. 올해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 시프트업의 지분 40.03%를 보유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는 '명조: 워더링 웨이브'를 개발한 중국의 쿠로게임즈에도 전략 투자를 집행했으며 '헤븐 번즈 레드'로 유명한 일본의 비주얼 아츠는 아예 인수 합병(M&A)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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