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강타한 '던전 앤 파이터(던파) 모바일' 등 게임들이 화웨이의 앱마켓 '앱 갤러리'에서 사라졌다. 앱마켓 시장 주도권을 두고 텐센트를 위시한 게임계와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제일재경(第一财经)과 게임룩(Gamelook)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화웨이 앱 갤러리에선 올 6월 20일부로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게임 대부분이 전면 광고, 순위 차트 등에서 내려갔다. 별도 표출은 되지 않고 있으나, 앱마켓에서 검색해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가능하다.
텐센트는 당시 '국내 일부 안드로이드 앱마켓과 계약 문제로 인해 자사 게임들이 표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오포(OPPO)와 비보(VIVO) 등 스마트폰 제조사의 앱마켓에서도 게임들이 내려갔다. 현지 매체 36Kr에 따르면, 화웨이 외 제조사의 앱마켓에선 게임들이 복구됐다.
앱마켓 입점을 두고 벌어진 텐센트·화웨이 갈등은 2021년 1월에도 일어났다. 당시 화웨이 측에서 '왕자영요'를 비롯한 텐센트 앱들이 삭제됐다. 이후 약 16시간 만에 복구가 이뤄졌으며 양측은 '우호적 협상 끝에' 분쟁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게임 매체들은 대체로 텐센트의 행보가 '게임업계 전체의 불만을 앞장서 표출하는 것'이라 평하고 있다. 화웨이를 위시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자체 앱마켓에서 30%, 최대 50%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받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 지역에서도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30% 수수료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픽게임즈는 2020년부터 애플, 구글과 연이어 법정 공방을 벌였다. 국내에서도 2022년 두 회사의 인앱 결제 정책에 제동을 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애플 갑질 방지법'이 시행됐다.
현지 앱마켓들이 이러한 구글, 애플의 수수료보다 더욱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플레이스토어를 포함한 구글 서비스 전체가 금지돼있다는 점이 꼽힌다. 애플 앱스토어는 플레이스토어와 달리 현지 서비스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아이폰이 현지 스마트폰에 시장 점유율을 점점 빼앗기고 있어 그 영향이 제한적이다.
텐센트가 화웨이 등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상대로 '강경책'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텐센트 또한 자체적인 앱 스토어 '마이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앱 시장 분석 플랫폼 앱인차이나(AppInChina)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텐센트 마이앱은 현지 안드로이드 앱마켓 점유율 13.6%를 기록, 화웨이 앱 갤러리(23.8%)에 이어 점유율 2위 플랫폼으로 집계됐다.
텐센트 외 중국 게임사들도 이러한 인앱 수수료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일례로 지난 2021년 호요버스가 샤오미 앱 마켓과 '원신' 입점 계약을 체결했을 때, 인앱 수수료를 종전의 50% 수준이 아닌 30%로 계약한 것이 알려져 현지 업계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앞서 언급한 현지 매체 36Kr은 텐센트가 화웨이와 경쟁하는 한편, 기존에 대립해오던 바이트댄스와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바이트댄스의 소셜 미디어 '틱톡'에선 텐센트 게임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지 못했으나, 2023년 하반기 들어 텐센트 게임 관련 콘텐츠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2021년 게임사 '문톤 테크놀로지'를 인수한 후 텐센트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문톤의 대표작 '모바일 레전드 뱅뱅'이 텐센트의 '왕자영요'나 자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같은 장르의 후속작이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2017년부터 문톤 측이 '모바일 레전드' 개발에 있어 'LOL' 등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정 공방을 벌여왔으나, 올 4월 들어 양사는 저작권 소송 취하 등을 위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