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브랜드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게임적인 재미일까, 독창적인 디자인과 연출일까, 소통을 동반한 훌륭한 운영일까?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한 자아 실현'이 브랜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콘텐츠 팬 기반 위키백과 '팬덤 위키(Fandom Wiki)' 운영사 팬덤은 최근 자사 플랫폼 내 게임 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024 인사이드 게이밍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게이머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가운데 46%의 게이머가 게임의 주요 목적으로 '창작 혹은 자기 표현'을 지목했다. 이는 팬덤 측이 지난해 같은 시점에 조사한 내용 대비 10%p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아 실현에 있어 '게임 속 자아'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게임 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다르다"고 응답했다. 또 60%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최근 들어 게임 이용을 통한 자기 표현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게임 속 나와 게임 바깥의 나를 구분지어 생각하는 가운데 '현실의 자아가 게임 속 자아를 닮아가길 원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전체의 50% 수준이었다. 그러나 게임 브랜딩에 있어 "내가 게임 속 자아를 닮는 데 도움이 되는 브랜드에 호감을 느낀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변한 이용자는 전체의 72%로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팬덤 측은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 넓은 범위의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이용자 창작 콘텐츠(UCC) 중심, 높은 콘텐츠적 자유도 등을 갖춘 게임들의 흥행으로 게이머들의 자기 표현 욕구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서브컬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상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국내외 게임 행사에선 만화풍의 미소년, 미소녀를 내세운 이른바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캐릭터 중심의 서사성을 주무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팬덤을 형성해 2차 창작자들의 각광을 받는다.
특히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나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한국을 넘어 일본 시장에서 수차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프트업은 올해 후속작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흥행에 성공,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 이용자 창작 콘텐츠, 이른바 'MOD'가 활성화된 게임에는 으레 서브컬처 게임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나 의상, 월드들이 출시되곤 한다.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외에도 중국의 '원신', 일본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도 MOD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파니 프리드(Stephanie Fried) 팬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외에도 (2차 창작) 콘텐츠와 코스프레 등 게이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구, 표현하고 강화하고 있다"며 "자기 표현, 자아 실현 수단으로서 게임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만큼 브랜드들 역시 이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