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로 '플랫폼 확장'과 '글로벌 확장'이 꼽힌다.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콘솔 게임 시장을 노린 신작들이 연이어 성과를 거뒀다. 유럽 게임스컴과 일본 도쿄 게임쇼 등 해외 게임쇼를 찾는 국내 게임사들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를 찾는 이들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일본 게임사 하이크(HIKE)는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사 원더블오 스튜디오(100 Studio), 개발 지원 조직 사루가쿠쵸(猿楽庁)의 한국 거점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일본 콘솔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해외 시장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B2B(기업 간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 행사 지스타 2024 현장에선 HIKE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중 카오루 유바 B2B 사업·애니메이션 영업 총괄 본부장, 쇼이치 하야시 사루가쿠쵸 기획 디렉터가 미디어 인터뷰에 응했다.
카오루 유바 본부장은 "지스타는 도쿄 게임쇼에 비해 기업의 크기도, 부스의 크기도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대형 게임사는 물론 한국의 인디 게임사들도 '해외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쇼이치 하야시 디렉터는 "PC방 문화가 강한 한국답게 시연 부스가 눈에 띄는 형태로 구성돼 처음 행사를 찾는 사람도 쉽게 행사를 둘러볼 수 있게 잘 구성된 것 같다"며 "야외의 마법소녀 게임(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부스 같이 보기만 해도 눈에 띄는 게임들도 있어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100스튜디오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TV 애니메이션 제작, 인디 게임사 디자드의 '아수라장' 애니메이션 프로모션 영상 제작 등을 함께해온 파트너다. 애니메이션 외 오프라인 공연 사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상연된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실사 뮤지컬 '니케 더 스테이지' 무대화 작업에도 함께했다.
카오루 유바 본부장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물론 머천다이징, 오프라인 공연까지 다각도의 미디어믹스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이 100스튜디오의 차별점"이라며 "한국은 물론 해외 대부분의 전문 게임사들도 갖기 어려운 강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00스튜디오는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에 한국, 나아가 대만에도 거점을 두고 있다. 카오루 본부장은 "기존에는 해외 기업에 단순히 외주를 맡기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기획,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 넓고 밀접한 협업이 이뤄지는 추세"라며 "한국 지사가 메인 기획을 맡고 일본 본사가 지원하는 형태의 업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사루가쿠쵸 또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 QA(품질 보증)·밸런스 조정과 라인게임즈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모니터링 등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업체다.
쇼이치 하야시 사루가쿠쵸 디렉터는 "P의 거짓의 파트너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한국 게임업계 내에서 우리의 인지도가 높아진 점이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지스타를 포함해서 많은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긍정적 피드백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루가쿠쵸의 주력 사업 분야는 '밸런스 튜닝'으로 한국에선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월드·캐릭터 성장·전투·레벨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밸런스를 체크하고 나아가 게임 테스트, 유저 모니터링, 수익화 분석 등 폭 넓은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쇼이치 디렉터는 "사루가쿠쵸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유형의 파트너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26년에 걸쳐 1000개 이상의 타이틀을 검증, 테스트해온 경험이 있으며 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 트렌드에 적응하는 방법 등 다각도로 게임사를 도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사루가쿠쵸만의 강점에 대한 질문에 쇼이치 디렉터는 '명확하게 하는 것'이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사루가쿠쵸는 대표이사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게이머"라며 "개발자 입장에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부분까지도 테스트하고 이를 리포트로 깔끔하게 작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답변했다.
두 회사를 비롯한 HIKE는 향후 한국 게임업계에 친화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카오루 본부장과 쇼이치 디렉터는 "다방면에 대응 가능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게임업계의 파트너로 자리잡고자 한다"며 "게이머 분들도 게임을 보다 원활히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회사가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