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마무리되는 만큼 게임인들이 기다리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 시상식 또한 다가오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여러 게임들이 후보로 물망에 오른 가운데 역대 최고의 중국산 AAA 게임으로 불리는 '검은 신화: 오공'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국 매체 게임스레이더는 현지 시각 기준 오는 21일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GJA)' 시상식 개최를 앞두고 있다. GJA는 1983년부터 매년 개최돼온 게임 시상식으로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 게임상과 미국 더 게임 어워드(TGA),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TGA) 게임상, 디자인·혁신·소통·오락(DICE) 어워드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게임상으로 꼽힌다.
GJA 최종 대상 후보는 총 12개 게임으로 압축된 가운데 유력 수상 후보로 스퀘어에닉스 '파이널 판타지(파판) 7 리버스'와 소니 '아스트로 봇', 세가 '메타포: 리판타지오', 코나미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판 등과 더불어 '오공'이 거론되고 있다.
오공은 이름대로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을 전면에 내세운 액션 RPG다. 중국의 신생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총 6년에 걸쳐 개발, 올 8월 20일 출시했다. 판매 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2000만장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220만명의 동시 접속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GOTY 후보로서 오공의 강점은 이와 같은 상업적 성과와 더불어 AAA급 게임계에 있어 '변방'으로 꼽히던 중국의 도전이라는 상징성 등이 거론된다. 반면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 평론가 평점 81점(100점 만점 기준, 84명 평가)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평단 평가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 게임 축제인 지스타 2024에서 만난 방문객들도 GOTY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공이 GOTY 후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으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콘솔 게임 마니아를 자처한 한 방문객은 "올해가 아니라 2020년도 들어 가장 흥미롭게 즐긴 액션 게임이었다"며 "게임 자체는 물론 서유기에 대한 관심도까지 생겼을 정도며 게임성만 놓고 보면 무조건 GOTY 1순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오공이 GOTY를 받을 정도인지 모르겠다"는 평을 내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평을 종합해보면 액션에 있어 타격감이 다소 부족했다는 점, 필드 모험이나 스토리 양면으로 난해한 점이 적지 않았다는 점, 평점도 높고 인기 IP를 원작 혹은 전작으로 둔 경쟁작들이 유리하리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오공의 라이벌로 꼽히는 게임들의 메타 크리틱 평점을 살펴보면 '아스트로 봇'과 '메타포'는 94점, '파판 7 리버스'는 92점, '사일런트 힐'은 86점으로 모두 오공보다 점수가 높다. 이중 파판 7과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세계적 히트작으로 꼽히며 메타포는 '페르소나' 시리즈 개발진의 차기작으로 화풍,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페르소나와 비슷하다는 평을 받는다.
"2000만장이란 판매량도 중국의 '애국 마케팅'의 결과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었다. 18일 기준 스팀에는 총 96만개의 리뷰가 게재됐는데, 이중 약 90%인 87만개가 중국어 간체로 작성됐다. 실제 오공의 판매량 중에서도 약 8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올바름(PC)에 민감한 서구권 게임계의 특성이 수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하다"고 평했다. 게임 사이언스는 오공 출시 당시 게임을 사전 무료 배포한 인플루언서들에게 "중국의 산업 정책이나 여성주의적 발언 등 정치적 발언을 금지해달라"는 주의사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외신에선 이 게임이 다양한 인종이나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지 않은 '다양상 부재' 게임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