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텐센트의 신작 게임 '라이트 오브 모티람'이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의 '호라이즌' 시리즈와 유사성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존의 표절 논란들까지 거론되며 거대 게임사가 됐음에도 노골적인 '베끼기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텐센트 산하 게임사 폴라리스 퀘스트는 최근 라이트 오브 모티람의 실제 플레이 내용 등을 담은 7분 길이 공식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멸망 이후의 지구로 짐작되는 배경 세계, 설원과 정글 숲을 돌아다니는 동물의 형상을 한 기계 생명체들, 원주민의 복색을 한 생존자들, 인간과 기계 혹은 기계와 기계의 싸움 등이 영상에 포함됐다.
영상 공개와 동시에 소니IE 산하 게릴라 게임즈의 '호라이즌' 시리즈, 특히 '호라이즌 제로 던'과의 유사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동물의 형상을 한 기계 생명체는 '호라이즌' 시리즈의 핵심 테마로 평가받는데, 모티브를 딴 것을 넘어 세세한 디자인까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멸망 이후 기계 생명체들이 지배하기 시작한 지구, 원주민 복색의 생존자들 등 세계관 또한 호라이즌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장르를 살펴보면 오픈 월드 액션 RPG였던 '호라이즌' 시리즈와 달리 기지를 꾸미고 자원을 채집하는 등 '생존 크래프팅' 장르에 가까우나, 이 역시 독창적이라기보단 기존에 인기를 얻던 장르의 콘텐츠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에 게재된 라이트 오브 모티람 예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호라이즌 후속작인 줄 알았네", "OST 분위기에 식물 모델링까지 베꼈다", 게임 별로 안하는 아내도 보자마자 뭔 게임인지 알겠다더라"는 등 혹평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매진 게임 네트웍스(IGN)와 유로게이머를 비롯한 게임 전문 외신들도 "텐센트의 신작, 소니 '호라이즌' 표절작이란 비판에 직면", "노골적인 호라이즌 베끼기에 '팰월드'식 게임 콘텐츠 더하기" 등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이러니 중국산 양산형 게임 소리를 듣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텐센트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키워드로 흔히 '창조적 모방'이 언급된다. 주력 사업인 게임은 물론 QQ·위챗 등 메신저, 텐센트 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업계를 선도하기보단 타 기업의 유력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려내는 것은 제2의 창조"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선 라이트 오브 모티람과 같이 '창조적 모방'의 선을 넘어 표절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연히 엑스박스(Xbox)의 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IE와 더불어 명실상부 '게임 공룡'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노골적인 베끼기 전략을 유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유럽 게임스컴에 전시했던 MMORPG '타리스 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화적 화풍이 반영된 판타지 세계관, 탈것과 보스 레이드를 핵심으로 한 콘텐츠 등 여러 면에서 세계적 히트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 유사하며, 일부 콘텐츠의 콘셉트와 디자인은 차용으로 보일 정도로 비슷하다는 평을 받았다.
핵심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왕자영요 월드'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장르 자체도 '원신'과 '몬스터 헌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다는 평을 받은 가운데 콘셉트 아트, 게임 이미지 등이 공개될 때마다 트레이싱(똑같이 베낌) 논란도 일었다.
원본 일러스트레이터가 이에 대해 해명을 요청하자 텐센트 측은 이미지를 삭제하고 "내부 공유용으로 제작한 일러스트가 실수로 공개됐다"며 "관계자를 징계했으며 해당 이미지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