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인 개발사 메가크릿 게임즈가 2017년 선보인 '슬레이 더 스파이어', 이른바 '슬더스' 게임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인디 게임으로선 놀라울 정도의 상업적, 비평적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로그라이크 덱 빌딩'이란 장르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른바 '슬더스 라이크' 게임들의 직계 조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PC 게임 유통망 스팀에선 올 3월 이러한 장르 게임만을 다루는 '덱 빌딩 게임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최근 스팀에 차기작 '커맨더 퀘스트' 체험판을 배포, 이러한 '슬더스 라이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커맨더 퀘스트는 직역하면 '사령관의 원정 임무'다. 이에 맞춰 게임에는 십자군 원정의 유명한 사령관 '리처드 왕'과 '살라딘', 삼국지에서 촉한의 북벌을 주도했던 '제갈량'이 사령관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들의 지휘 하에 경로를 결정, 난국을 헤치며 원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체험판 기준으로는 두번째 쳅터 보스를 클리어하면 원정이 마무리된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슬더스'의 문법에 충실하되, 턴제 전투를 '클래시 오브 클랜'을 연상시키는 유닛 배치형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으로 치환한 것이 특징이다. 유닛 소환 카드의 경우 유닛의 스펙과 소환하는 유닛의 수가 명시됐으며 유닛 스펙 또한 공격력, 체력, 이동속도, 공격속도, 사거리 등 다양해 '슬더스' 대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할 가짓수가 늘어났다.
전반적인 게임의 구성은 훌륭하다. 깔끔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규칙으로 '덱 빌딩' 장르에 익숙하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카드의 가짓수가 다양하면서도 대체로 전략적으로 유의미하며 게임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줄 소위 '윈 플랜'이 될만한 조합이나 카드도 여럿 눈에 띄어 리플레이성 또한 높다.
덱빌딩 외적인 부분도 전반적으로 호평할만 하다. 일반 전투와 어려운 전투, 보스 전투에 맞춰 다양한 지형물과 조형물, 상황이 존재해 다양한 전략을 고려해야한다. 사령관 역시 각 사령관의 대중적 이미지에 맞춰 직관적인 강함을 무기로 하는 리처드 왕, '기습' 키워드에 특화된 살라딘, 카드 교체 등 전략적 역량이 강조된 제갈량으로 구분된다.
커맨더 퀘스트 체험판의 아쉬운 점은 '슬더스'의 문법에 너무나도 충실하다는 점이다. 10장의 기본 카드로 시작해 매 턴 3마나와 5장을 뽑는 기본적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전장의 배치 방식, 카드의 키워드 등 세밀한 부분까지 '슬더스'와 비슷한,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차용한' 부분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체험판 기준으로는 플라이웨이만의 게임이라기보단 '슬더스'의 확장팩이나 MOD(비공식 창작 콘텐츠)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아직은 체험판 만이 공개된 상황인 만큼 게임 디자인과 용어 활용, 설계 등 측면에서 슬더스와의 차별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플라이웨이는 지난해 10월 본사 크래프톤에서 분사, 올 1월 '뱀파이어 서바이버(뱀서) 라이크' 게임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로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게임은 뱀서의 문법을 토대로 하되 독특한 감성의 세계관, 그래픽 디자인을 더해 원작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창출하고자 시도했다. 커맨더 퀘스트 역시 슬더스의 토대 위에 플라이웨이만의 감성과 디자인이 더해진 명작으로 완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