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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매력적이지만 불완전한 미소녀 RPG '뮈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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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매력적이지만 불완전한 미소녀 RPG '뮈렌'

'마녀'가 중심이 되는 판타지 세계관 턴제 RPG
레트로하면서도 개성있는 화풍, 직관적 스토리
더빙 음성 좋았지만 한글 자막 완성도는 아쉬워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8-25 18:08

게임 '뮈렌: 천년의 여정'의 캐릭터 '마키'의 모습. 사진=그라비티 공식 유튜브 채널
게임 '뮈렌: 천년의 여정'의 캐릭터 '마키'의 모습. 사진=그라비티 공식 유튜브 채널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의 미소녀들이 중심이 되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 이른바 '서브컬처 게임'들이 화제다. 지난해 지스타에선 국내외 게임사를 포함 10개 이상의 서브컬처 차기작들이 전시됬을 정도다. 자체 개발작은 물론 국내외 개발작의 국내 배급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치(INCHI) 게임즈가 개발하고 그라비티가 국내 서비스를 맡은 '뮈렌: 천년의 여정' 역시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본래 '천년지려 엘프(千年之旅ELF)'란 명칭으로 중국에서 지난해 8월 서비스를 개시한 게임이 약 1년 만인 이달 20일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다.

'뮈렌' 전투 화면.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 전투 화면.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의 장르는 수집형 턴제 전투 RPG다. 넷, 혹은 다섯 정도의 캐릭터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집형 RPG들과 달리 '마녀' 셋, 마녀들이 부리는 일종의 사역마인 '성흔'을 각각 최대 셋씩 최대 12종의 캐릭터를 한 번에 전장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시 시점에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무료로 획득 가능한 '마녀' 5명, 약 60종의 성흔이 등장한다. 성흔들은 전투에서 맡는 역할에 따라 '공격', '약점', '에너지'의 유형과 더불어 '하인(적색)', '탄생(녹색)', '수난(황색)', '인자(청색)', '전도(빛)', '군주(어둠)', '신자(무)' 등 7개 속성 중 하나를 갖고 있다.

'뮈렌'의 캐릭터 '리리아'의 모습.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의 캐릭터 '리리아'의 모습.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게임의 배경 세계관은 마법이 중심이 되는 판타지 세계관이다. 부제와 같이 1000년 전 '리리아'라는 여신이 세계를 유지할 전사 '마녀'와 다양한 힘을 보유한 '성흔'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질서를 구축한 후 그 모습을 감췄다는 설정이다.

이용자는 '리리아'의 동료였으며 1000년 만에 기억을 잃고 깨어난 주인공의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주인공의 호칭은 '세이비어(구원자)'로 타 게임의 '지휘관'이나 '여행자', '트레이너', '선생님' 등에 해당하는 명칭이다.

뮈렌에서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마녀 '리츠'.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에서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마녀 '리츠'.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플레이 가능 캐릭터들은 천사, 인간, 엘프, 악마, 드래곤, 하프 등 여섯 종족으로 나뉘며 이들 종족 별로도 여러 분파가 정해져있다. 또 '성흔'들은 전투를 위한 계약 이상으로 마녀에게 제재를 받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고, 개중에는 '재판장'으로서 보통의 마녀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성흔 '마키'가 존재하는 등 마녀와 성흔은 세계관 상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캐릭터들의 외형과 대사는 전반적으로 다채로우면서도 매력적이다. 2D 그림체는 '마녀들이 등장하는 판타지'라는 세계관에 맞춰 '성인 동화'에 가까운 화풍으로 그려졌다. 좋게 말하면 레트로, 나쁘게 말하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편이나 각 캐릭터들의 개성은 충분히 살려냈다.

뮈렌 게임 내 성흔 '플로라'를 터치할 경우 보이는 반응.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 게임 내 성흔 '플로라'를 터치할 경우 보이는 반응.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여기에 3D 모델링과 여러 종류의 전투 컷씬, 터치를 통한 상호작용 요소 등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특히 캐릭터를 꾸밀 때, 각 캐릭터의 액세서리를 다른 캐릭터에게 장착할 수 있는 등 타 서브컬처 게임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요소들도 있다.

비즈니스 모델(BM)도 납득이 간다. 140회 소환(확률 뽑기) 시 캐릭터를 확정으로 획득하는 '천장', 그 절반인 70회 소환시 확정적으로 5성 캐릭터를 뽑는 이른바 '반천장' 시스템이 모두 구비돼 유사 장르 게임 대비 과금 부담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일부 캐릭터 스킨을 정가로 판매하는 추가 BM도 존재하나 캐릭터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뮈렌 출시 시점에 진행되는 '소환' 화면. 대상 5성 캐릭터는 '신코우'.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 출시 시점에 진행되는 '소환' 화면. 대상 5성 캐릭터는 '신코우'.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스토리적으로도 '직관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외산 게임들이 흔히 빠지는 '고유명사의 늪' 수준의 어려운 세계관은 전혀 아니다. 세계관만의 특이점과 고유 명사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존 서브컬처 게임, 판타지 세계관 등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정도로 쉽게 풀이된 편이다.

주인공 '세이비어'는 여신 '리리아'의 동료로서 마녀 선별, 성흔 소환 등 세계 질서 유지에 꼭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어 명분, 실력을 모두 갖춘 인물로 연출된다. 기존 서브컬처 RPG들은 종종 설정으로 존재하는 주인공의 역량이나 권위 등을 인게임 스토리에선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뮈렌이 주인공을 연출한 방식은 충분히 가산점을 줄 만 하다.

뮈렌 인게임 로비에서 마녀 '쿠로카미'를 터치했을 때 나오는 대사. 음성으로는 '왜, 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좋아. 어디보자.'로, 자막과 음성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 인게임 로비에서 마녀 '쿠로카미'를 터치했을 때 나오는 대사. 음성으로는 '왜, 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좋아. 어디보자.'로, 자막과 음성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의 강점인 스토리를 국내 서비스 버전에선 다소 살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메인 스토리 1장 기준 대부분의 대사에 한국어 음성을 붙인 '풀 더빙'을 제공한다는 점은 좋았지만, 게임 초반부터 실제 대사와 자막 사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뮈렌 인게임 스토리 중 'name'이 자막에 포함된 모습. 스크립트 오류로 추정된다.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뮈렌 인게임 스토리 중 'name'이 자막에 포함된 모습. 스크립트 오류로 추정된다. 사진=뮈렌 인게임 캡처

외산 서브컬처 게임의 경우 대사와 자막 사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몰입이 깨질 정도로 전혀 다른 대사가 나오거나,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쓰일 법한 'name' 등 코드명이 정식 출시 버전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의 문제도 존재했다.

게임 자체가 다소 레트로하다는 점이나 한국어 자막 완성도의 아쉬움 등은 눈에 띄었지만 뮈렌은 전반적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미소녀 수집형 RPG였다. 아직은 불완전한 부분들을 빠르게 개선한다면 점점 경쟁이 심화되는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잡을 잠재력이 충분한 게임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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