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장판에 끝판왕 차례. 3분으론 불충분한 레이스. 진짜가 나타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한 수 위…" 2010년대를 강타했던 보이그룹 빅뱅의 대표곡 '판타스틱 베이비'에 나오는 가사다.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로 2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AAA급 서브컬처 게임'의 지평을 연 게임사 호요버스가 신작 '젠레스 존 제로(ZZZ)'를 선보인다. 어반 판타지라는 장르에 있어 '빅 뱅'을 일으키며 회사가 낳은 또 하나의 '판타스틱 베이비'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이다.
ZZZ는 28일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4500만명 이상이 사전 예약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붕괴: 스타레일'의 1100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온라인 액션 RPG 중 올해 최대 기대작이라 봐도 무방한 수치다.
호요버스가 정식 출시를 앞두고 연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약 1시간 동안 체험한 ZZZ는 기대감에 걸맞은 게임이었다. 호요버스답게 마니아들의 '덕심'을 자극하는 3D 캐릭터 모델링,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고품질의 그래픽, 깔끔하게 한글화된 한국어 자막과 음성, 박진감 넘치는 액션까지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ZZZ의 주 무대인 '뉴에리두'다. ZZZ는 '공동'이라 불리는 범세계적 재해를 겪고 있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루며, 뉴에리두는 옛 인류 최후의 도시이자 새로운 인류에겐 최초의 도시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이용자는 이러한 뉴에리두에서 공동의 위협에 맞서 그 비밀을 파헤치는 위험천만한 현상금 사냥꾼 '로프꾼'들을 이끌게 된다.
뉴에리두는 '원신'의 주 무대인 티바트 대륙과 일곱 도시 국가, '붕괴: 스타레일'의 은하 열차와 우주에 비하면 규모감은 분명히 작다. 하지만 그 작은 규모감 만큼 높은 생동감과 세밀함으로 차별화를 끌어낸다. 일본적인 도시에 로봇과 같은 SF적 요소를 더해 구현한 사이버펑크함, 도시 곳곳 예상치 못한 데서 시작되는 사이드 퀘스트, 오락실·라멘 식당·비디오 가게 등 상호작용 가능한 다양한 시설 등이 눈에 띄었다.
호요버스 측은 ZZZ의 장르를 '어반 판타지 액션RPG'라고 소개하고 있다.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어반 판타지를 언급한 만큼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 역시 눈에 띄었다.
어반 판타지는 지금에 와선 단순히 '도시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로 받아들여지지만, 본래 도시의 이면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이들이 꾸미는 음모, 이른바 '마스커레이드(Masquerade, 가면무도회)'를 핵심 서사로 한 장르다. 이에 따라 초기의 어반 판타지는 흔히 흡혈귀나 악마, 늑대인간과 같은 '인간적인 괴물'들이 주역으로 등장한 사례가 많았다.
ZZZ의 주인공은 원신의 '여행자'나 붕괴: 스타레일의 '개척자'와 달리 벨·와이즈 남매로 이름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며, 이들 중 이용자가 한 명의 주인공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구조다. 남매는 평소에는 뉴에리두의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시민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선 전설적인 로프꾼 '파에톤'으로 활동하고 있다.
게임 속의 플레이 가능 캐릭터들도 어반 판타지의 느낌을 살렸다. 원신, 붕괴 시리즈는 대체로 '인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ZZZ에선 악마나 흡혈귀를 연상시키는, 푸른 피부를 한 캐릭터 '로우카쿠', 늑대나 곰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리카온'과 '벤' 등이 존재해 이전작들과 차별화된다.
게임계에서 어반 판타지라고 하면 흔히 아틀러스의 '페르소나' 시리즈가 대표작으로 거론되며 국내 게이머들에겐 넥슨의 '클로저스'가 익숙할 것이다. ZZZ는 페르소나 특유의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높은 자유도의 도시 어드벤처, 클로저스 특유의 액션성과 다양한 캐릭터성 모두를 갖추면서도 게임적 퀄리티 면에서 한 단계 진보, 현 게임업계가 어반 판타지로 만들 수 있는 '끝판왕'이 탄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젠레스 존 제로 정식 서비스는 오는 7월 4일 시작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환경, 에픽 게임즈와 호요플레이 등 PC 환경은 물론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