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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이 너무 빛났나…'블아 애니' 아쉬운 점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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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이 너무 빛났나…'블아 애니' 아쉬운 점 세가지

"일상 파트는 재밌는데"…약점 된 액션 씬 구성
'어른의 카드' 등도 제외…'선생' 캐릭터도 아쉬워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6-25 14:06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캐릭터는 왼쪽부터 시로미 이오리, 아마우 아코, 히노미야 치나츠.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캐릭터는 왼쪽부터 시로미 이오리, 아마우 아코, 히노미야 치나츠.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게임 IP를 활용한 영상물 제작이 공식 발표될 때마다 팬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게임이 영상화될 만큼 인기를 끈 것에 대한 자부심과 미디어 믹스에 대한 기대감을 품는 이들도 있는 반면,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영상이 나오거나 심지어 원작의 주요 요소를 무시해 '원작 파괴'를 일으키는 괴작이 탄생한 전례를 근거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생긴다.

넥슨의 서브컬처 RPG '블루 아카이브'를 원작으로 해 올 4월 7일부터 6월 23일까지 총 12화 분량으로 방영된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이하 블아 애니)'은 이러한 팬들의 양면적 반응을 모두 끌어낸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블아 애니 제작은 일본 현지 배급 파트너 요스타의 자회사 요스타 픽처스가 현지 제작사 스튜디오 캔디 박스와 협력해 맡았다. 감독은 '쇼 바이 락 스타즈(SHOW BY ROCK!! STARS!!)' 시리즈 등에 참여했던 야마기시 다이고(山岸大悟)가 맡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 게임의 메인 스토리 1편 '아비도스 폐교 대책위원회' 편의 1장 '대책위원회의 기묘한 하루'와 2장 '잃은 것과 놓지 않은 것'을 각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원작 양쪽의 주요 스토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리뷰인 만큼 스포일러(내용 유출)를 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 '유튜브 공식 콘텐츠가 낫네'…아쉬움 남긴 만듦새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장면(왼쪽)과 유튜브 공식 쇼츠 애니메이션.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장면(왼쪽)과 유튜브 공식 쇼츠 애니메이션.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블아 애니가 당초 팬들의 기대받았던 가장 큰 이유로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이 손꼽힌다. 매주 1분 단위로 연재돼 온 숏폼 영상 '선생님, 시간 받아갈게요' 시리즈, 주요 이벤트마다 공개된 애니메이션형 프로모션 영상, 이따금 공개 되는 5~10분 길이 단편 웹 애니메이션까지 대부분 호평을 받은 만큼 더욱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되자 고품질 공식 콘텐츠가 '비교군'이 되며 독으로 작용했다. 특히 방영 시점의 '시간 받아갈게요' 시리즈의 주역이 다름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였고, 고품질 3D 아바타로 구현된 이들이 보여주는 짧지만 독특한 일상은 팬들이 익히 아는 1부 스토리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에서 '카요코'가 발차기를 하는 장면(왼쪽)과 한 네티즌이 이를 '분데스리가' 로고에 합성한 이미지. 사진=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 디시인사이드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에서 '카요코'가 발차기를 하는 장면(왼쪽)과 한 네티즌이 이를 '분데스리가' 로고에 합성한 이미지. 사진=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 디시인사이드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

애니메이션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었던 액션 장면 또한 약점이 됐다. 블아 애니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받은 말 중 하나가 "일상 파트는 재미있는데 전투만 들어가면 이상하다"는 평가였다.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분대 단위 전투나 은·엄폐, 각 캐릭터가 보유한 스킬 등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같은 장면을 재활용하는 '뱅크씬'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게임 속에서 책사 캐릭터로 꼽혔던 '오니카타 카요코'가 발차기를 하며 백병전을 하는, 원작 팬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캡처본이 더해져 오히려 '밈'이 될 정도였다.

◇'어른의 카드'는 어디에…스토리 각색 두고 '갑론을박'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에서 선생(오른쪽)이 검은양복과 대면하는 장면. 사진=블루 아카이브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에서 선생(오른쪽)이 검은양복과 대면하는 장면. 사진=블루 아카이브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


미디어 믹스 과정에서 서로 다른 콘텐츠의 특성을 반영한 '각색'은 필연적이며 블아 애니에도 적지 않은 각색이 적용됐다. 긍정적인 호응이 나온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존재했다.

호평을 받은 각색의 예시는 1편에 카메오로 등장한 남성형 로봇 불량배가 있다.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이들이 원작의 엑스트라 격인 여성 불량배들과 갈등을 빚는 모습을 통해 키보토스의 '천방지축 학원 도시'와 같은 면을 잘 살려냈다. 8회에서도 대책위원회 수족관 탐방을 하며 밀레니엄의 세미나 유우카·노아를 만나는 등 원작에선 없던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됐는데, 이 역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 1화에 나온 불량배들의 모습.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 1화에 나온 불량배들의 모습.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반면 몰입감을 해치는, 다소 의미를 알기 어려운 각색도 있었다. 스토리 후반부, 타카나시 호시노를 구출하기 위해 흥신소68과 게헨나 선도부, 트리니티 티파티 등이 돕기로 한 장면은 어째서인지 '도움을 보류'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각자의 이익 관계에 따라 고민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나 싶었으나, 그런 장면 없이 곧장 세 세력 모두 원작과 마찬가지로 대책위원회를 적극 돕는 것으로 그려져 '무의미한 각색'이 돼버렸다.

원작 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점은 '어른의 카드'의 부재다. 원작에서 어른의 카드는 선생의 생명력을 대가로 학생들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등 '기적'을 일으키는, 일종의 비대칭 전력이다. 이는 게임의 주인공 '선생'이 학생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면모를 크게 부각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스토리 후반부에 '검은 양복'과 선생이 대화하는 장면 또한 크게 바뀌었다. 원작에선 학생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보는 검은 양복과 '키워야 할 아이'로 보는 선생의 사상이 부딪히고, 검은 양복의 위협이 '어른의 카드'에 부딪히는 명장면이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선 어른의 카드가 사라지는 바람에 검은 양복이 마치 '선생의 사상에 아량을 베푸는' 듯한 장면으로 바뀌었다.

◇"나의 선생은 그러지 않아"…공감하기 어려웠던 주인공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선생'을 캡처한 것.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의 '선생'을 캡처한 것. 사진=블루 아카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스토리 각색에 있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부분이 바로 블루 아카이브의 주인공 '선생'이었다. 원작의 선생은 다소 장난기 많고 나사 빠진 '허당'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빠른 결단을 내리고, 자기 희생적으로 학생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어른'으로 묘사된다.

블아 애니의 선생은 초창기에만 해도 깔끔한 훈남이지만 허당같은 면이 존재해 외모가 곧 개연성이라는 뜻에서 '개연성 선생'이라 불릴 정도로 호평 받았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될 수록 '빠른 결단'이나 '자기 희생'적 측면은 전혀 묘사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검은 양복과의 대화 외에도 애니메이션 5화에서 노노미가 "호시노 선배가 유하게 바뀌었다"는 말에 선생이 "호시노가 변한 건 내가 와서 그런걸까"라고 농담하는 부분 또한 혹평에 시달렸다. 원작 게임에선 노노미가 "선생님 덕분에 호시노 선배가 바뀌었다"고 말하는 장면이었으나, 발언 주체를 바꾸는 바람에 '희생적인 어른'인 선생이 자신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여러 아쉬운 점을 남겼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선 '조연, 카메오 캐릭터들까지 목소리가 생겨 좋았다'는 반응, 더불어 메인 스토리 2편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 편의 주역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며 확대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등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부족한 점들을 채워 원작 팬들, 나아가 일반 시청자들도 인정할 수 있는 후속작이 제작되길 기대한다.


이원용 글로벌게이머즈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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