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같은 팀 단위 경쟁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원동력에는 타인과 비교해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싶은 향상심 외에도 게임을 하며 느끼는 짜증, 스트레스까지 포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는 최근 중국 광동공업대학 연구진이 현지 게이머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MOBA 게임 순위 모드에서 플레이어의 지속적인 플레이 의지: 자기 결정 이론과 사회 비교 이론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소논문(Article)이 게재됐다.
광둥공대 연구진은 중국 현지 인기 MOBA 장르 게임 '왕자영요'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총 476명을 설문조사, 이중 396개 데이터를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고 각 설문인들의 응답을 심층 분석했다.
설문 항목은 △게임 내 퍼포먼스, 성과를 친구나 타인과 비교하는 '사회 비교 심리(Social Comparison)' △게임에서 느끼는 짜증이나 스트레스 등 '게임 좌절감(Game Frustration)' △게임 내 캐릭터와 스킨에 대한 애착과 동질감 등 '아바타 동일시(Avatar Identification)'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고자하는 열망을 뜻하는 '지속 의지(Continuous Willingness)'로 분류해 각 심리를 척도화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MOBA 게임 랭크 모드에 있어 '사회 비교 심리가 아바타 동일시, 지속 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아바타 동일시는 사회 비교 심리와 지속 의지 사이에 매개 역할을 하는가?', '게임 좌절감 또한 사회 비교 심리가 아타바 동일시, 지속 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강화하는 가?' 등의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진은 "매개 효과 분석 결과 사회 비교 심리는 물론 해당 심리와 게임 좌절감 간 상호 작용 모두 아바타 동일시와 지속적 의지 양 쪽과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으며, 사회 비교 심리와 아바타 동일시 사이 상호작용 또한 지속적 의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며 "당초 세운 가설이 모두 성립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MOBA 장르는 MMORPG와 같이 성장 수치나 길드 단위의 사회적 교류가 축적되는 게임과 달리 30분 전후로 진행되는 게임 하나 하나가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즉 유저 간 장기적 상호작용보단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의 존재, 자신의 실력 향상을 통한 자기효능감이 게임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MOBA, 특히 실력에 따라 점수가 오르내리는 '랭크 게임'에선 이용자가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적이다. 한국의 '국민 게임'으로 꼽히는 LOL에서도 랭크는 물론 휘장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자가 '상위 몇%의 이용자'인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자신이 '전체 게이머 중 얼마나 잘하는지', 다시 말해 '사회 비교 심리'를 잘 채워주는지는 이미 중요한 요소로 구현돼있다.
게임 좌절감에 관해 광둥공대 연구진은 사우디 킹 파드 석유광물대학,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등 타 연구진의 게임 관련 논문들을 인용해 "MOBA 장르가 다른 게임에 비해 특히 '강력한 경쟁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보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부여한다", "성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게임을 더 플레이하는 심리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좌절감이나 스트레스가 게임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발할 수는 있으나, 모든 종류의 좌절이 게임 플레이로 이어지진 않는다. 국내 LOL 이용자들 사이에선 흔히 '벽을 느낀다'는 은어가 통용된다.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도 극복하기 힘든 수준의 상대나 슬럼프를 넘지 못하는 벽에 비유한 말로, 이는 이용자들이 게임 플레이를 그만두는 것으로 이어진다.
광둥공대 연구진은 "게임 서비스 업자가 이용자에게 어떤 수준의 게임 좌절감을 줘야 적절한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명제일 것"이라며 "MOBA 게임 개발자들은 '압도적인 패배'가 나타나지 않도록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를 만나게 하는 합리적 매칭 시스템을 구축해 게임 좌절감이 긍정적 게임 경험으로 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