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게임이자 세계적인 e스포츠 종목,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외산 '국민 게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출시 15주년을 맞이했다.
LOL은 게임의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유행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업계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액티브플레이어(Activeplayer.io)를 비롯한 게임 통계 분석 업체들에 따르면 LOL은 최근까지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1억명을 넘는다.
라이엇 게임즈 자체 플랫폼 '라이엇 클라이언트'가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LOL의 흥행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이엇의 라이벌로 꼽히는 일렉트로닉 아츠(EA)의 'EA 앱'이나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커넥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 등은 이미 독점 배급 기조를 포기하고 스팀(Steam) 등 타 유통망을 통한 공동 서비스, 내지는 채널링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e스포츠 종목으로도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2011년 처음 개최한 'LOL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은 현재 14회를 맞이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행사'로 손꼽힌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네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페이커' 이상혁은 LOL 종목과 한국을 넘어 세계 e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꼽힐 정도다.
미디어 믹스를 통한 IP화에도 성공했다. LOL을 원작으로 한 '전략적 팀 전투(TFT)'와 모바일 버전 '와일드 리프트', 카드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 다양한 장르로 이식됐다. LOL 원작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의 히트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며 오는 11월 9일 두번째 시즌 방영르 앞두고 있다.
LOL은 2006년 설립된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가 2009년 10월 27일 선보인 데뷔작이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의 게임 마니아였던 마크 메릴과 브랜든 벡이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던 '워크래프트 3'의 MOD이자 MOBA 장르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꼽히는 '도타(DOTA)'의 개발자들을 영입한 것이 회사의 출발점이었다.
장르적 대표성 외에도 LOL은 중국의 빅테크 텐센트가 '게임 공룡'으로 발돋움한 시발점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텐센트는 2008년, 데뷔작을 내놓기도 전인 라이엇 게임즈에 800만달러(약 115억원)을 선뜻 투자했다. 거금을 투자하면서도 해외 자회사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는 텐센트의 게임 투자 방법론은 라이엇 게임즈의 성공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나온다.
LOL이 15년 동안 MOBA 장르, 나아가 온라인 게임 전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남을 수 있던 원동력으로는 꾸준하면서도 이용자 반응에 발빠르게 반응하는 업데이트 기조를 들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매년 LOL의 메인 전장 소환사의 협곡에 '대격변'에 가까운 변경사항을 적용한다. 2024년 '공허유충', 2023년 '정글 동료' 추가와 정글 몬스터 내구도 상향, 2022년 마법공학·화학공학 용 추가와 챔피언 내구도 상향, 2021년 '신화 등급 아이템', 2020년 '드래곤의 영혼', 2019년 '포탑 방패', 2018년 룬 시스템 격변까지 매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선 2011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차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PC방 게임 점유율 분석 플랫폼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LOL은 국내 정식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 이후 2016년까지 204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웠다.
이후 '오버워치' 등 경쟁작이 나타나 잠시 1위를 내줬으나 2018년 다시 1위를 탈환, 최근까지도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325주차 연속 1위로 기록을 갱신해나가며 여전히 '국민 게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15주년을 앞두고 국내 이용자들의 이용 통계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1주 동안 LOL이 플레이되는 시간은 총 1692만시간으로, 1명이 1시간씩 플레이한다는 가정 하에 총 인구 5143만명(2023년 기준) 중 3분의 1이 LOL을 플레이하는 셈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리 신'과 '이즈리얼'로 올해 일일 평균 각각 730만회, 706만회 플레이됐다. 정식 서비스 이후 올 8월까지 가장 많이 플레이된 스킨은 '무에타이 리 신'으로 1억3000만회 이상 플레이됐으며 최고의 시작 아이템은 게임 시작 시점에 총 1억5600회 이상 구매된 '도란의 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