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화두가 된 '이용자 권익 보호'가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유관부처 소위원회 외에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소비자원 등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올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표기 관련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웹젠의 김태영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태영 대표는 이날 웹젠의 확률형 아이템 표기, 개인정보 중국 파트너사로 이전 관련 의혹과 게임 서비스 중단 논란 등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에 "(게임 내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면 그것은 사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나 서비스 중단에 관해선 "대한민국 법령과 약관, 타 게임사 사례를 참고해 약관을 작성했으며 우려되는 수준의 개인정보 이전은 없었다", "정상 서비스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으며 종료 시점에 (환불 조치에 관해)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앞서 넥슨과 웹젠, 그라비티, 위메이드, 크래프톤, 컴투스 등의 업체를 현장 조사했다. 이중 넥슨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조정을 받아들여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에게 총 219억원 규모의 보상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감사 현장에 나선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게임사들을 조사하는 것에 관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과 불만 등을 소상히 밝혀달라는 주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올 3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 방법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반한 업체에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는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법'을 시행했다. 공정위의 게임사 조사는 이러한 법률 개정에 발맞춰 시행됐다.
확률형 아이템법 개정은 2020년도 들어 국내 게임업계에서 강화된 '이용자 권익 보호' 담론에 따른 성과로 평가 받는다. 게이머들은 2021년부터 게임 내 아이템 확률 표기 논란, 운영 미비 논란 등에 대해 불매운동, 트럭 시위, 집단 소송 등의 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올 1월 한국게임이용자협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게임이용자협회는 최근 게임법 중 '범죄심리·모방심리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는 제32조 제2항 제3호가 게임에 대한 위헌적 사전 검열이라는 취지에서 헌법 소원 심판 집단 청구에 나섰다. 해당 소송을 위한 서명 모집에 총 21만751명이 참여, 한국 헌법 역사상 최다 청구인 기록을 갱신했다.
이달 11일 법사위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박지원·주진우 의원 등은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에게 "국가 미래 산업인 게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안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17일 진행한 감사에서도 진종오 의원이 헌법 소원에 관해 질의했다. 서태건 신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자의적 판단 우려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이 때문에 위원회가 합의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