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게임사 시프트업과 넥슨의 핵심 개발 자회사로 자리매김한 넥슨게임즈, 중견 게임사 네오위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게임사는 각각 '승리의 여신: 니케', '블루 아카이브'와 '브라운더스트 2' 등 모바일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을 주요 매출원으로 두고 있다. 여기에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디센던트'와 'P의 거짓' 등을 앞세워 해외 콘솔 게이머들에게까지 눈도장을 찍어 2020년도 들어 '대세 게임사'로 떠오른 업체들이다.
서브컬처와 콘솔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상장사 중 상당수가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을 핵심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에선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전시됐다.
콘솔 역시 '플랫폼 다각화', '서구권 공략'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게임사들 차원의 도전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도 올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 5개년 계획'에서 콘솔 게임 시장 공략 지원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을 정도다.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지난 25일 주최한 게임 인재 오픈 특강 '2024 레벨업 투게더'에서도 서브컬처와 콘솔이 핵심 화두로 다뤄졌다. 앞서 언급한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총괄한 김용하 넥슨게임즈 이사와 콘솔 게임 시장에서 보편적인 개발 툴로 꼽히는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권오찬 에반젤리스트가 행사의 연사로 나섰다.
두 연사는 각각 서브컬처, 콘솔 게임이 현재 주목 받는 장르이며 향후 전망 또한 긍정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어떤 장르가 대세냐를 떠나 게임을 실제로 즐기고,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중심이 되는 조직과 개발 환경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용하 대표는 게임 기획 과정에선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 익숙한 이들로만 조직을 꾸렸으며, 실제 론칭 후 운영 과정에선 시장에 출시된 게임을 편견 없이 플레이하고 정보를 나누는 문화를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블루 아카이브 운영진은 국내 게임사 중 이례적일 정도로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권오찬 에반젤리스트는 "국내 현업 종사자들을 보면 기술 자체는 뛰어날지 몰라도 '특정 장르'에 대한 팬심, 플레이 경험은 없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개발 현장에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는 실무자'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장르 게임의 기획서가 통과됐는데, 정작 해당 장르의 기존 유명 게임들을 진지하게 플레이해본 이들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들의 목소리가 의사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그래픽, 연출이 아무리 좋아도 장르 특유의 게임성이 없어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콘솔 게임 성공 사례들을 보면 최지원 P의 거짓' 총괄 디렉터는 출시 2년 전인 2021년 지스타 강연에서부터 '소울라이크'란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개발진 역시 이러한 기조에 맞춰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출시 전부터 이범준 총괄 PD 등 개발진이 '루트 슈터 장르의 팬들이 모여 개발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올 4월 출시를 앞두고 연 기자 간담회에서 "개발 과정에서 '갓 오브 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등 유명 타이틀들을 정말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적인 론칭 후 시프트업은 코스피에 상장, 26일 기준 시가총액 3조7500억원으로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버금가는 대형 게임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바라는 바는 진심으로 개발한 게임이 비즈니스적으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최대한 많은 개발사들이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며,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계속 도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