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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채팅방엔 왜 '말딸', '니케' 모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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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채팅방엔 왜 '말딸', '니케' 모임이 있을까

김용하 넥슨게임즈 디렉터, 콘진원 주관 특강 참여
'진심은 통한다'…캐릭터 '덕후'로만 이뤄진 개발진
"게임을 계속 하는 사람 만이 제대로 게임을 만든다"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4-07-24 17:11

김용하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총괄 디렉터가 홍릉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24일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연사로 나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하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총괄 디렉터가 홍릉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24일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연사로 나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채팅방에선 우리 게임이 아닌 '승리의 여신: 니케', '원신',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타사 게임들을 이야기하는 소모임 채팅방을 막지 않는다. 단순히 경쟁작을 스터디하는 개념을 넘어 이런 게임들, 나아가 장르 자체를 사랑하고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며 분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역량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홍릉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24일 열린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에서 연사로 나선 김용하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총괄 디렉터가 개발진의 문화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그가 언급한 '니케', '원신', '우마무스메'는 각각 한·중·일을 대표하는 서브컬처 히트작이자 블루 아카이브의 경쟁작들이다.

이번 레벨업 투게더 특강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오픈특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력 주최한 자리였다. 김용하 디렉터는 이날 '2차원 게임의 로망'이란 주제로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점과 블루 아카이브의 특징, 업계 향후 전망 등에 관해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흔히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으로 불린다. 그러나 김 디렉터는 펄어비스의 출시 예정작 '도깨비'나 전략 카드 게임 '하스스톤', 우주 로켓 공학 시뮬레이션 게임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등이 모두 '비주류적 테마, 장르의 게임'이라는 점을 들어 "서브컬처라는 용어는 너무 광범위하고, 어쩌면 상당수의 게임이 서브컬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매출 동향을 나타낸 차트가 포함됐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매출 동향을 나타낸 차트가 포함됐다. 사진=이원용 기자

김용하 디렉터는 블루 아카이브를 '2차원 콘텐츠', 그 안에서도 '2차원 캐릭터 컬렉션(수집)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2차원 콘텐츠란 흔히 중국 콘텐츠 업계에서 쓰이는 분류 방식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미소년과 미소녀, 이른바 '아니메(Anime)' 화풍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총칭한다.

캐릭터 수집 게임들은 최근들어 게임업계에서 '주류, 대세 장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 디렉터는 2010년도 중반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보급과 OTT의 대중화로 애니메이션의 보급률,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자연히 모바일 환경에서 즐기는 수집 게임들도 힘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릭터 수집의 '조상님'격인 게임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등이 언급됐다. 김 디렉터는 "특히 밀리언 아서를 재미있게 플레이하며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4년 '큐라레: 마법 도서관'과 2019년 '포커스 온 유', 이제는 블루 아카이브까지 10년 넘게 이 장르를 개발하는 사람이 됐다"고 술회했다.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사진=이원용 기자

미소녀·미소년 수집 장르에선 흔히 캐릭터와 세계관의 매력이 장기 흥행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김 디렉터는 "세계관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게이머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나, 즉 주인공 캐릭터는 누구이고, 게임 속 캐릭터와는 어떤 관계이며, 둘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가를 설계하는 것이 곧 세계관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매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매력 요소'가 아닌 '맥락'을 강조했다. 김 디렉터는 "미소년, 미소녀가 매력적인 요소를 키워드화할 수는 있지만, 이를 단순하게 조합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캐릭터가 한 세계관과 시나리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다른 캐릭터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하는 것에 핍진성, 설득력이 있을 때 비로소 매력이 생기고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루 아카이브는 제작 초창기부터 '일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미소녀 게임'을 표어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용하 디렉터는 "첫 표어 이후로 '현대, 근미래 복식 위주의 수집형 게임', '팀 단위 원거리 전투가 핵심 콘텐츠' 순으로 게임을 구체화하며 개발 조직을 꾸리기 위한 비전을 수립했다"고 회상했다.

개발진 구성에 있어 가장 중점에 둔 것은 '미소녀 수집형 게임에 대한 애정'이었다. 김 디렉터는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2차원 콘텐츠 장르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협업하기 너무나도 어려운 장르"라며 "개발자들 모두 '2차원 캐릭터 수집'에 익숙한 이들로 모집하고 이에 맞는 조직 문화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발언했다.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이 '슬랙'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용하 디렉터가 2024 레벨업 투게더 특강 중 활용한 PPT 자료를 캡처한 것.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이 '슬랙'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이원용 기자

캐릭터 수집 마니아들이 모인 만큼, 앞서 언급했듯 타사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문화가 형성됐다. 김 디렉터는 "결국 게임을 계속 해온 사람 만이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직접 플레이한 게임으로는 '명조: 워더링 웨이브'와 '젠레스 존 제로' 등을 들었다.

또 "플레이하지 못한 게임은 최소한 사내 세미나를 통해서라도 분석된 내용들을 접하고 있다"며 "2차원 콘텐츠 외에도 '퍼스트 디센던트' 등 타 장르 게임들도 장벽 없이 플레이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수집형 장르의 미래에 대해 김용하 디렉터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장르의 대중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생각하고 무엇보다 10대 어린 게이머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는 현상, 캐릭터의 생동감을 더욱 확대하는 기술의 확대 등도 강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눈여겨봐야할 트렌드로는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와 '캐릭터 AI 서비스'를 들었다. 김용하 디렉터는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개인화 AI 서비스 분야까지도 캐릭터적 매력이 활용되는 사례로 이들이 게임 등 기존 콘텐츠 IP들과 상호작용하는 현상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AI는 어디까지나 '특정 캐릭터를 RP(롤 플레잉)하는 AI'라는 선을 지켜야한다는 한계, 그러한 선을 어디에 그어야할지에 대한 업계 전반의 합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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