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며 당연하게 여기는 '게임오버'와 '리셋'을 게임 속 내러티브(서사)로 녹인 게임은 많지 않다. 프로젝트 타키온의 이야기는 시간 이동 기술을 핵심 테마로 해 '게임오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오히려 수차례 '게임오버'를 당하며 스테이지를 반복해야 게임의 진정한 결말을 볼 수 있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앞둔 '프로젝트 타키온'을 제작 중인 1인 개발사 스튜디오N9(엔나인)의 '닝구' 박민우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하이크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게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한 말이다.
프로젝트 타키온은 특수 요원 '시그마'가 멸망의 위기를 앞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시간 이동 능력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다. 장르는 로그라이트 런 앤 건으로 하이크(HIKE) 코리아에서 퍼블리싱을 맡았다.
박민우 대표는 2021년 타키온 개발에 착수, 3년째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게임 개발에 있어 영향을 받은 게임으로는 2020년작 '하데스'와 고전 아케이드 게임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들었다.
하데스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아들 '자그레우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를 다룬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으로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선정 2020년 올해의 게임(GOTY) 등 게임상은 물론 SF 문학상 '네뷸러상', '휴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로그라이크 장르는 특성 상 내러티브와의 결합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하데스를 보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크게 충격 받았다"며 "하데스와 같이 스토리성이 강한 로그라이크에 과거 즐겼던 '메탈슬러그'와 같은 런 앤 건 장르를 더한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로그라이크는 직역하면 고전 어드벤처 게임 '로그'와 같은 게임이란 뜻이다. 무작위 월드맵 생성, 탐험과 전투로 이뤄진 콘텐츠, 게임 오버 시 무조건 성장이 초기화되는 '리셋' 요소, 아이콘으로 간단히 표기되는 아이템과 스킬 등의 특징을 갖는다. 로그라이크의 영향을 받았으나 주요 특징을 일부만 차용한 경우 '로그라이트'라 칭한다.
타키온은 앞서 언급했듯 시간 이동 요원 '시그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와넝된 하나의 스테이지를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 구조이나,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시그마가 확보한 단서와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계획을 짜며 조금씩 변주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박민우 대표는 "침수된 구역과 도시, 융합로 등으로 하나의 사이클이 구성되며, 최초 플레이 시에는 약 3, 40분에 걸쳐 4종의 보스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한 게임에 만나는 보스의 수가 10종까지 늘어나며, 엔딩까지 20시간 가량 플레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복 플레이성을 강화하기 위해 성장 루트를 다양화했다. 타키온 자체의 성능을 강화하는 '기교', '운동', '투쟁' 등 10개 카테고리 중 최대 3개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카테고리 별로 20개의 퍽(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기본 무기 '라이플'을 포함해 화기류와 톱날 발사기, 접근전 무기에 일종의 소환 무기 까지 주무기도 20종류나 돼 수많은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높은 반복 플레이성에 맞춰 엔딩을 본 후에도 최대 21단계까지 보다 높은 난이도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모드 또한 추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보스만 무제한으로 만나거나 하는 등 추가적인 엔드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다"며 "유료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보단 무료 업데이트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과거 아마추어 개발자 시절 동인 게임 '서프라이시아'로 명성을 쌓았던 인물이다. 컴투스와 액토즈소프트, CJ게임즈(현 넷마블) 등의 아티스트로 일했으나 퇴사 후 1인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 개발한 '서프라이시아'나 1인 개발사 대표로서 2020년 선보인 데뷔작 '아리아 크로니클'은 모두 탄탄한 캐릭터성과 서사성으로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1인 개발자로서 두번째로 선보이는 타키온 역시 캐릭터성과 서사성을 강점으로 한다. 박민우 대표는 "타키온의 이야기는 이전작 '아리아 크로니클'과 세계관 적으로 연결된다"며 "세계에 멸망이 닥친 이유를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해 전작의 결말을 본 게이머들에게 더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게임의 주인공 '시그마'는 수트를 입은 장발의 요원이란 점에서 플랫폼 어드벤처 명작 '메트로이드'의 주인공 '사무스 아란'을 떠올리게 한다. 박 대표는 이에 관한 질문에 "사무스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스타크래프트'의 주인공 '사라 케리건'의 유령 요원 시절 모습이 뼈대가 됐다"고 밝혔다.
인게임 편의성과 캐릭터 디자인이 결부되도록 한 부분도 있다. 박민우 대표는 "시그마의 머리 스타일이 장발의 포니테일인 이유는 머리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캐릭터가 향하는 방향을 보기 쉽게 하기 위함"이라며 "신발 부분 또한 일부러 크게 해서 캐릭터가 향하는 방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주 목적인 전투와 탐험 외에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뒷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서브 이벤트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코덱스' 요소도 있다. 박 대표는 "페르소나의 '아르카나' 시스템 같은 인연 스토리 콘텐츠도 생각해봤으나, 콘텐츠가 너무 과도해진다 생각해 생략했다"면서도 "코덱스에 게임 내 등장인물들이 댓글을 다는 등,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부분들도 가능한 구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성 강조를 위해 일본어와 한국어 음성 더빙 콘텐츠를 제공한다. 박민우 대표는 "배급사 하이크의 본사가 일본인 만큼 현지 성우진 섭외에 도움을 받았으며 한국어 더빙도 자연히 이어졌다"며 "이 외에도 QA(품질 보증) 전담 조직 'PTW'나 지스타, 버닝비버 등 오프라인 행사 참여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프로젝트 타키온은 내년 1분기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다. 한국어와 일본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간체, 번체) 자막을 지원한다. 박민우 대표는 "여러 현장 행사를 통해 시연해본 게이머들이 '어렵지만 재밌다', '타격감 좋다', '스토리가 흥미로웠다'는 등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게임을 완성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